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유입되었던 귀금속의 양은 얼마나 될까? 또 유입이 이러났던 시기는 언제일까? 세기 초에는 거의 금만 유입되었으나, 1540년대 이후 은의 유입량이 급증세를 보였으며 1560년대부터 금의 공급이 축소되고 1620년대부터는 눈에 띄게 금의 유입량이 줄어들었으며, 반면에 은의 유입량은 16세기 까지 지속적으로 유입량이 증가하였고, 16세기 중반에 가서야 감소세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아메리카로부터 대규모로 유입된 금과 은은 에스파냐에게 장기적 경제성작의 기틀을 마련할 호기를 제공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에스파냐의 경제 성적표는 매우 부진하였다. 그 이유는 전염병과 기근의 발생이 계속 되었고, 많은 국민들은 생활수준의 하락을 경험하게되었다. 에스파냐의 군주들은 과도한 정치적 야망으로 유럽에서 전쟁을 지속하게 되며 막대한 비용을 전쟁자금으로 지불하였기 때문이다. 메스타라는 목양업자 동업조합에게 지나친 특권을 부여하고 국내농업의 발전을 저해하였으며, 조세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길드의 통제권을 강화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하층민들에게는 무거운 세금 부담을 강제로 하였다.

이러한 정책실패를 배경으로 금과 은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유입되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16세기를 거치면서 유럽의 금속화폐 공급량은 최소한 세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른바 가격혁명이라고 지칭되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고, 이에따라 소득의 재분배가 발생하게되어 상인, 제조업자, 고정지대의 차지농은 이익을 보았으며 연금수급자, 지주 등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유럽에 유입된 귀금속은 시간이 지남에 E따라 아시아와의 교역을 통하여 아시아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으며, 에스파냐의 은화는 마닐라의 상관을 통하여 15세기부터 중국으로 대량 유출되었고,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인도에서 구매한 캘리코와 향료, 중국에서 수입한 차의 결제대금으로 모두 은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신대륙 탐험과 개척의 결과 국제교역의 규모가 확대되고 교역물의종류가 다양화 되었다. 아시아의 향료와 아메리카의 귀금속이 가장 중요한 교역물이었지만, 그 밖에도 염료인 인디고와 면화는 유럽인의 직물수요 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담배와 설탕, 커피, 코코아는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감자, 토마토, 고추, 호박, 옥수수등은 아메리카로부터 유럽인의 손을 거쳐 세계 각지로 전파되어 장기적으로 인류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한편 아메리카에 없었던 밀과 쌀이 저퐈되면서 신대륙의 농작물에도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신작물의 세계젹 이동과 전파가 언제 어디서나 순탄하게 이루어진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낯선 작물의 유입에는 항상 생태적이나 경제적인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예비경작자들이 경계심과 거부감을 갖는것은 당연한 일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예전대로 농사를 하던 농민들은 경쟁의 심화를 못마땅해 하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식생활 전통이 위협받는 것에 대한 문화적 반감도 존재하였다. 유럽인이 감자 유입을 보면서 취한 태도는 이러한 편견이 얼마나 끈질기게 이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인것 같다.

새로운 교역물 중 역사가들의 이목을 가장 많이 잡았던 것은 바로 노예 일 것이다. 노예는 식민지 개척의 초기에는 은광산의 채굴노동력으로 투입되기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탕, 담배, 면화 등 신작물을 재배하는 노동력으로 이용되었다. 플랜테이션에 기초한 대농장의 운영에 아프리카로부터 운송된 노예들의 노동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예무역이 특히 중요했던 이유는 대륙간의 장거리 3각무역에 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일것이다. 유럽인들은 무기류, 옷감류, 철제품, 장신구 등을 아프리카로 가지고 가서 흑인 노예와 교환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확보된 노예들은 서인도로 수송되어 담배, 금, 은, 사탕등과 교환되었으며, 서인도의 이 특산품들은 다시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그렇게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를 잇는 교역체제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