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역세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발전해 왔나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외부 세계의 관심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196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이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한국 경제가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한국은 수차례의 경제적 부침을 경험하였다. 기후와 질병 같은 자연적 요인이 경제상황을 결정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었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가의 정책이나 사회제도 역시 큰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계가 제1차 세계화의 물결을 경험하던 19세기 후반에 한국도 개항이라는 형태로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본격화하기 시작하였다. 상대적으로 뒤늦은 개방과 상대적으로 강한 제국주의 열간의 외압이라는 상황속에서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의 미래상에 대하여 다양한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구체적인 국가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주적 근대화를 이루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은 외세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임이 금방 들어났고, 다른 열강들과의 경쟁과 협상을 통하여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확대해 간 일본에 의하여 한국은 20세기 초에 식민지화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근대화라는 시대적 과업을 자주적으로 수행할 기회를 상실한 채 일제 강점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일본은 한반도 지배를 대륙진출을 위한 중요한 기반으로 보았고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경제개발이 여러면에서 일본의 이익에도 부함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행정조직의 개편, 새로운 법제도의 도입, 근대적 경제제도의 확립, 철도와 수리시설 같은 산업기반 시설의 건설 등을 통하여 한국 사회의 운영 양식과 경제체제는 적지 않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근대적 제도의 도입 및 생산기반과 유통망 확중은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화에 따라 한국이 지불해야만 했던 사회적 비용은 매우 컸고 주체적인 국가경영의 기회를 오랜 기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45년 한국은 독립을 맞이하였지만 민주정부의 수립과 경제발전의 길은 멀기만 하였을 것이다. 이념적 갈등과 정치권의 혼란 속에서 남한과 북한에 따로 정권이 수립되었고, 이에따라 양측의 경제적 연계는 단절될 수 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공업화가 덜 추진되었던 남한은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게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나마 존재하고 있던 경제기반도 모두 초토화되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인구가 생존의 위협에 시달렸고 대중의 생활수준이 앞으로 빠르게 향상될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냉전체제하에 남한과 북한은 각각 미국과 소련의 영향아래 경제발전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초기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였던 북한이 한동안 남한에 비하여 보다 나은 경제개발 성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가시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19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는 이후 1979년까지 통치를 계속하였으며, 정치적으로는 강압적인 독재체제가 유지되었고, 경제적으로는 연이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함으로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전략을 취하였다. 개발독재라는 전형으로 불렸던 통치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하나로 국제무대에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경제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출주도형 불균형발전전략을 채택하였다. 중남미 국가들이 수입대체형 경제발전전략을 취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영세한 내수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수출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에게 국가의 지원과 혜택이 전폭적으로 주어졌고 이 과정에서 경제의 다른 부분들에게는 양보와 희생이 요구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섬유, 신발 등 경공업에 초점이 맞추어 졌으나, 1970년대부터 정부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에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중화학공업에 집중된 투자는 한때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나, 1980년대부터 자동차, 섬유화학, 조선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경제개발과정에서 정부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던 재벌기업으로 경제력집중이라는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으며, 재벌의 전형적 기업가는 소규모 자기자본으로 자영업을 운영하였던 경험을 살려 한국전쟁 이후 사업범위를 포착하여 기존에 경험이 없는 분야에서 까지 저돌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이었다.

한국경제의 시기적 변화를 파악하는 방법은 국제무역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1990년대에는 의류, 반도체, 선박, 가죽제품, 영상기기가 5대 수출품으로 등재되었지만 현재 5대 수출품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컴퓨터선박으로 기술집약적산업과 중공업이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완전하게 자리잡았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