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역세이

한국의 외환위기는 왜 발생 하였을까?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이 순탄하기만 하였던 것은 아니다. 오일쇼크, 중공업투자 과잉 등의 부담이 한국 경제를 압박하기도 했었으며, 가장 심각했던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의 형태로 발생하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권위주의 권력은 민주화의 흐름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국가주도형 경제정책 기조도 자율과 개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갔다. 한편 대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개방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도 고조되었던 것 같다.

개방화, 자율화, 투명화된 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1990년대 중반이 되자 경제 내의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가 심화되었고, 수출경쟁력 악화와 수입액 증가로 발생한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 부족해지자 은행과 종금사들이 해외단기차입금을 크게 늘리면서 외환위기가 오기 시작하였다. 채산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1996년부터 연쇄적으로 도산하였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부도유예 등의 미봉책으로 대응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심화되고 주식시장은 동요하였다. 1997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국내종금사의 해외단기차입을 어렵게 만들었고,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화환율의 급상승을 야기하였다. 통화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하여 보유외환을 소진하고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는 1997년 11월 대외지불능력을 거의 상실한채 국제통화기금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일련의 경제개혁을 이행한다는 조건하에 한국 경제는 긴급한 금융지원을 받게 되었다.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선 대외적 조건의 변화를 강조하는 견해는 신자유주의적 압박이 한국 경제를 신속한 개방화로 내몰았던 것 같고, 이에 대하여 한국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의 출발점이 강압적으로 진행된 세계화에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동아시아형 경제발전과정을 높이 평가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는 근본적인 취약점을 가진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 뿐이라며 이는 금융규제를 너무 급속하게 푸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내부적 문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단기적인 유동성 부족이 문제를 촉발시켰다고 하더라도 국내경제기반이 견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위기로 확대된 것 같으며 기업의 수익성 부족, 금융기관의 건전성 부족, 정부정책의 투명성 부족과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결합됨으로써 외부충격이 발생하였을 때 경제주체들에게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여 불안이 증폭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집권적 통제체제는 초기의 경제개발에 유리한 측면은 있었지만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제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들이 청산되지 못함으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추동력을 저해하고 외부충격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한 체제로의 전환을 가로 막았다는 생각이 든다.